등록된 날짜 2016년 08월 10일 (수)

기사

사실 전자음악의 힘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과거 소수의 음잘알(음악을 잘 아는 사람들)들만 향유할 수 있었던 음악이 오늘날에는 전자음악의 요소가 없는 곡은 단 한 곡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보급되었다. 그리고 현재 EDM과 클럽을 기반으로 한 파티 문화가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전자음악은 최신 트렌드의 정점을 대변하는 음악이 되었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자면 우리나라에서 전자음악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나타난 존재는 아니었다. 90년대 후반 가요계에 들이닥쳤던 테크노 붐이 있었고,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2000년대 초반에 홍대 인디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감상용 하우스 음악과 일본의 시부야 케이 풍의 음악이 잠깐 흥했던 적도 있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도 나름의 족보가 있었던 음악이 오늘날 갑작스럽게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전자음악은 곧 클럽에서 나오는 댄스 음악’이라는 하나의 족보로 통일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EDM과 댄스 음악이 다른 전자음악에 비해 하등하다는 것이 아니다. 전자음악은 사실 신디사이저, 드럼머신 등의 전자악기를 주로 사용하여 음악을 만들기만 하면 되는 음악으로 그 장르의 외형에 있어서의 엄격함이 낮고, 가변성은 매우 높은 음악이다. 따라서, 원래의 풍요로운 블루오션의 전자음악이 혹여나 유행을 따라 협소하고 편향되게 자리를 굳힐까 걱정되는 마음을 비춘 것이다. 이 노파심에 필자는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인디음악에서 다양하게 전자음악을 하고 있는(혹은 차용하고 있는) 음악들을 두인디에 소개하고자 한다. Top 7이지만 순위의 변동에 따라 추천의 강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선정된 음악은 철처한 필자 개인의 취향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며 시작한다.


1. 별양 - Farewell / Girls & Boys

별양의 음악을 듣게 되면 인디 음악 팬에게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밴드 ‘아침’의 보컬 권선욱이다. 비단 아침의 권선욱만 별양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다. 아침에서 드럼을 맡았던 김수열, 기타를 잡았던 이상규가 그대로 가세하여 3인조 일렉트로니카 밴드로 돌아온 것이다. 아침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나 권선욱의 개인 작업인 Bad Environment Couple에서 이미 전자음악에 대한 강한 욕망을 보였었던 이들은 아주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 팝 그룹으로서의 가능성을 그들의 첫 번째 EP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James Blake의 덥 스타일부터 ‘H&M' 매장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칠웨이브까지 앞으로 그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EP라 할 수 있겠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andbyulyang/?fref=ts
사운드클라우드/밴드캠프: https://soundcloud.com/byulyang/


2. Flash Flood Darlings – Vorab and Tesoro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는 뉴질랜드에서 유년기를 보낸 한국인 프로듀서 제이 송의 프로젝트다. 전자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앨범은 종합선물세트와 같을 것이다. 그는 본 앨범에서 칠웨이브, 신스 팝, 슈게이즈, 디스코 등 자신의 다양한 음악적 면모를 마음껏 펼쳐 냈다. 거기에 변조된 자신의 목소리와 수려한 멜로디는 그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ffdarlings/?fref=ts
사운드클라우드/밴드캠프: https://soundcloud.com/ffdarlings


3. Trampauline - Marginal

차효선의 1인 밴드로 출발했던 트램폴린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소위 ‘힙’한 아티스트였다. 그러나 본 앨범은 단지 힙한 전자음악을 지향하지 않는다. 이제는 기타리스트 김나은과 베이시스트 정다영을 영입하여 3인조 밴드가 되었고, 이 앨범에 프로듀서로는 우리나라 힙합의 거장이자 디깅(Diggin)의 아이콘 DJ Soulscape가 참여하였다. 이제 트램폴린의 사운드는 한층 두터워지고 전체적인 앨범의 견고함은 더욱 높아졌다. 기존의 통통 튀던 신스팝 사운드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디스코, 펑크 등 다채로움은 훨씬 늘어났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rampauline-183882015013472/?fref=ts
사운드클라우드: https://soundcloud.com/trampauline-1


4. 하헌진 - 나아진게 없네

블루스 음악 아티스트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하헌진의 음악을 전자음악 추천 항목에 넣은 것을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사실 이 앨범은 블루스라고 하기도 좀 뭐하고 전자음악이라고 하기도 좀 뭐한 이종교배의 산물이다. 기본적인 기타리프와 하헌진의 노래와 노랫말은 기존에 하헌진이 추구하던 델타 블루스의 그 모습이지만 그 뒤로 전자드럼 루프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의 아르페지오가 깔려있다. 변태 같은 앨범이지만 정말 기발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앨범이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luesmaninseoul/?fref=ts
사운드클라우드: https://soundcloud.com/haheonjin
밴드캠프: http://haheonjin.bandcamp.com/


5. 아슬 - New Pop

아슬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어도 유카리라는 이름의 아티스트는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카리는 본 앨범 New Pop을 발매함과 동시에 이름을 아슬로 바꾸었다. 유카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전자음악을 베이스로 한 멜로딕 지향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아슬의 New Pop은 전혀 다르다. 특별히 감기는 멜로디도 없고 박자는 빠르고 불규칙하다. 그러나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아슬의 새 앨범은 충분히 흥미롭다.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New Pop이라는 타이틀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부를 감안하면 이해가 어느 정도 가는 편이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seulmusic/?fref=ts
사운드클라우드: https://soundcloud.com/aseulmusic


6. 키라라 - Moves

“키라라는 예쁘고 강합니다. 여러분은 춤을 춥니다.” 키라라의 모든 공연과 앨범 시작에 스스로가 삽입하는 나레이션이다. 이 오프닝 멘트와 같이 키라라의 음악은 춤을 추는데 제일 편한 하우스와 백비트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전혀 뻔하디 뻔한 하우스 음악을 선보이진 않는다. 그가 음악에 사용한 샘플링은 도무지 어느 음악에서 따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하우스 음악과 이질적이지만, 키라라의 믹싱을 전체적으로 감상하게 되었을 때, 그저 그의 설득에 수긍하고 몸을 흔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tqpkiraradongjae2/?fref=ts
밴드캠프: https://stqpkiraradongjae.bandcamp.com/album/moves


7. 신세하 - 24ktown

요즘 인스타그램과 각종 SNS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신세하는 그저 옷 잘 입는 멋쟁이가 아닌 전자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다. 그의 음악의 매력은 확실한 ‘컨셉질’이다. 오히려 촌스럽게 들릴지 모르는 날 것의 신디사이저 소리를 80년대의 음악처럼 그대로 실었다. 그리고 파-악하고 터지는 스네어 소리마저도 80년대 그 때 그 시절 음악의 것과 같다. 80년대 보그 스타일의 음악과 뉴잭스윙 스타일의 음악을 타임머신으로 배달시킨 것처럼 그 특유의 바이브가 넘친다. 단순히 패러디를 잘한 것인지 아니면 그 특출한 센스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자신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xinsxhx/?fref=ts
사운드클라우드: https://soundcloud.com/xinsxhx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글: 김재면
영어번역: 노송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Comments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