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8년 02월 19일 (월)

기사

 



흔히들 끝나는 순간 시작되는 영화가 진짜 영화라고 말한다. 두 에디터에게도 그런 영화가 있다. 에디터들의 마음에 오래 남은, 남을 순간의 기억들을 영화 속 장면과 함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The Mamas & The Papas 
California Dreamin'

왕가위는 자신의 영화 <중경삼림>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중경삼림>은 콜라처럼 상쾌한 영화 같다고. 반환 직전 홍콩의 암울한 시대상과 외로움을 등에 업고 살아가는 것 같은 인물들, 그러한 총체적 상황을 대변이라도 하듯 뿌연 화면, 느릿느릿한 이야기 전개와는 매치가 되지 않는 비유처럼 들리지만, <중경삼림>에서 콜라처럼 상쾌한 장면이 없는 건 아니다.

작은 패스트푸드점 직원인 페이(왕페이)는 단골인 경찰 633(양조위)을 짝사랑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실연한 뒤 애인이 자주 가던 식당에서 그녀가 자주 먹던 메뉴를 먹으며 그리워하는 633을 보고 페이는 좋아하는 감정을 내비칠 수도, 감출 수도 없어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때 흥얼거리는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춥고 삭막한 도시 뉴욕을 떠나 따뜻하고 광활한 자연이 펼쳐진 캘리포니아로 가고 싶어하지만 뭔가에 얽매여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의 심정을 표현한 노래다. 이때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새로운 사랑(페이)을 보지 못하고 옛 사랑에 집착하고 있는 633에 대한 은유처럼 들린다.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감독: 왕가위

 

 

 

 

 


Eurhythmics
Sweet Dreams

지난 2016년 개봉한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신스틸러는 단연코 퀵실버일 것이다. 은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화재 현장에 등장해 빛의 속도로 사람들을 구하면서도 그는 아무런 동요 없이 침착하다. 하지만 그런 태도와는 상반되게 퀵실버가 끼고 있는 헤드폰에선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신디사이저 사운드에 파워풀한 보컬, 통통 튀는 곡의 분위기는 퀵실버의 슬로 모션 액션과 대비되어 반전 매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 (달콤한 꿈들은 이런 것들로 채워져있지) 언뜻 들으면 참 달콤한 구절이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가사는 실상 달콤한 ‘악몽’을 노래한 것에 가깝다. 이처럼 으스스하고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Sweet Dreams’는 한때 연인이었던 이 커플(가수)이 스튜디오에서 싸움을 한 후에, 서로간에 말조차 나누지 않던 시기에 완성했다고 한다. 다양한 버전으로 존재하는 커버곡 역시 모두 한번쯤 들어볼 만할 정도로 훌륭하다. (마릴린 맨슨 버전이 가장 좋아요.)

 

엑스맨: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

감독: 브라이언 싱어

 

 

 


 


Duran Duran
Up

<싱 스트리트>는 소개로 듀란듀란이라는 밴드의 음악을 접한 남자 주인공 코너가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에디터 본인이 고3 때 모의고사를 망치고 영화관에서 본 심야영화다. 모의고사를 본 날이면 매번 영화를 보러 갔는데, 그때 보았던 영화들 중 이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싱 스트리트 OST에 수록된 곡 중 위 장면에 나오는 ‘UP’이라는 곡을 즐겨 들었는데, 이 곡은 라피나를 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 10대 소년의 마음을 순수하게 담아낸 가사와 멜로디가 특징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그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그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감상한다면 옆에서 친한 친구가 한 마디 할 것이다. ‘불결한 웃음 짓지마’

내가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기에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라피나가 자신을 순수하게 좋아해주는 코너의 노래를 듣고 현재 연애에 대한 위로를 받는 동시에 감동을 느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를 다시 한 번 더 봤을 때  'Cause what if everything beautiful's fiction? And this reality's just pretend? 라는 가사와 여러 맥락을 파악해 보았을 때, 모델이라는 막연한 꿈과, 그 꿈을 이뤄줄 매개인 현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불안한 자신의 현재 상황을 누군가가 알아주고 있다는 부분에 슬픔을 느끼는 동시에 위로를 받아 눈물을 흘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입시공부에 지쳐있던 나한테도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서 나도 울었던 건 안비밀..로 하자.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감독: 존 카니

 

 

 

 

 


The 1975
The Sound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온 촉망받는 사업가였던 윌의 새로운 간병인으로 루이자가 오게 되면서 윌이 사고 이후 자신의 삶에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영화 <미 애프터 유>. 윌이 루이자와 함께 전 여자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에 온 장면에서 ‘The sound’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배경음악으로 잠깐 지나가는 곡이지만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노래가 흘러나와 이 장면이 더욱 인상 깊었다. 보는 내내 ‘저 노래 분명 아는 노랜데...’라는 생각 때문에 도무지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핑계를 대 보자면 영화가 약간 지루했었다. 종영 이후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로맨스 영화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다면 지루하다! 지루했다! 그렇다!

희망적인 가사와 청량한 느낌이 특징인 ‘The sound’는 [‘I like it when you sleep, for you are so beautiful yet so unware of it]이라는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내가 맨 처음 The 1975를 알게 된 ‘UGH’라는 노래 역시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앨범 이름이 너무 길어서 뭔가 앨범의 진가를 가리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지만, 전체적인 앨범 느낌에 잘 어울리므로 작명 점수는 3.5점이라 할 수 있겠다. 타이틀곡보다 수록곡들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특이한 경우. ‘UGH’와 더불어 ‘Love me’라는 곡도 좋으니 한번씩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미 비포 유
Me Before You, 2016

감독: 테아 샤록

 

 

 

 

 


글쓴이: 박지은, 임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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