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8년 05월 30일 (수)

기사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왼쪽부터: 건석 (베이스) 하람 (기타) | 다영 (보컬) | 성훈 (드럼)

 


 

5월 19일

! LEEK ! 영국에 온지 12일 정도 된것 같다. 하루,이틀을 제외하고는 비가 안오고 화창한 날씨다. 그래서 우중충한 영국의 날씨를 맞이 할 날이 없었다. 신기하다. 오늘을 합하면 3일 내내 공연을 하고 있다. 내일 부터는 그래도 이틀동안 휴일이 있으니 오늘만 꾹 참아야지. LEEK 은 왠지 잘 모르겠지만, 다른 공연장보다 관객의 연령대가 조금 더 높은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서 객석을 볼때 보이는 얼굴들을 보고 그렇게 느낀것 같은데, 악기와 장비를 해체하고 있을때 두 명의 여자친구들이 왔다. 원래는 한국의 음악은  K팝만 들었는데 (누구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트와이스와 BTS 를 좋아한다고 했다) 공연을 잘 봤다고 인사를 해주고 갔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다시 또 앰프들과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고 테트리스 놀이가 있었다. 이제 이틀 정도 휴일을 보내기 때문에, Eyre Llew 와도 이틀정도 안녕을 해야해서, 두명의 Jack 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공연이 끝났을때는 8-9 시 정도 여서 밝았는데 (영국은 8시에도 늦은오후처럼 아주 밝다). 장비를 정리하고 돌아오니 12시 정도가 되었다. 오늘은 아까 말한 스피드 레이서 sam의 집에서 묵었다. 중식당에서 2인분 같은 1인분 볶음밥을 포장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Sam의 아버지와 담소를 나누었다.

아직 짧은 시간이지만 영국에 와서 도움을 준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 그리고 우리가 도움을 받은 사람들 덕분에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것 같다. 결국 모두의 힘으로 힘차게 해나가고 있다. 정말 정말 고마워요!

 

LEEK 공연 후 Eyre Llew와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5월 20일

아 드디어 휴일이었다 아싸 아싸 아싸 아싸 잠도 푹 잤고, 또 개운하게 일어났다. Sam의 방에는 하몬드 오르간이 있는데, 어떤 마켓에서 3파운드(대략 4500원)를 주고샀다고 했다. 귀여운 뿅뿅이 소리들도 나고 예쁜 소리들이 많아서 부러웠다. 사실 4500원을 주고 샀다니 그게 더 부럽다. 우리가 갔던 대부분의 집들과 숙소에는 마당들이 있었다. 아침 시리얼을 먹고,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자막이 없는 반지의 제왕을 보다가 잠들었다. 잠에서 깨니, 패트릭이 sam의 집에 도착해있었다.

Sam과도 내일 모레 보기로 약속하고, 우리는 패트릭의 부모님과 함께 엄청 맛있는 인도식 카레를 먹었다. 여지껏 영국에서 먹는 음식들 중에 손가락에 꼽을만큼 맛있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내일 런던에 가서 휴일을 보내기로 정했다.

 

 

5월 21일

런던에 갔다. 첫번째로는 Charing Cross 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 갔다. 한 면의 벽을 가득 메운 그림들도 있는가 하면, 손바닥 만한 세밀한 그림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 가보았더니, 거기에 반고흐의 그림들이 있었다. 미술책으로만 보던 그림이 눈 앞에 있다니 꽤 신기했다. 클림트와 모네의 그림도 있었다. 아주 어린시절 내가 모네를 좋아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조금 더 걸어가서 런던아이를 구경 하고, 다시 다른 동네를 구경하고 집에 돌아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런던에서 우리가 묵고있는 집까지는 거리가 멀어서, 1시간 정도를 가야하는데, 갑자기 전철의 노선이 바뀌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서 검색을 해보니 우리가 가는 경로의 철도 위에 사람이 있어 운행을 중단 한다고 했다. 어딘지도 모르는곳에서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역에서 내려 돌아가야하는지 하나 하나 어려움이 따랐다. 어렵사리 도착해야하는 곳의 근처 지역에 내리게 되었고 패트릭이 데리러 왔다. 뇌를 쓰니 배가 고파져서 라지세트 햄버거를 먹었다. 집을 나가면 정말 고생만 하는것인가 신기한 경험을 한 하루였다.

 

 

5월 22일

오늘은 셰필드에서 공연을 하는 날이고 캠핑을 하는 날이다. 사실 내 생일이다. 반버리의 숙소에서 나와서 우선 캠핑장에 가서 텐트를 만들어 놓고, 셰필드의 공연장으로 향했다. 셰필드에서 정말 다양한 먹거리가 있지만, 아시아 음식점이 다른곳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그리고 아시안 음식 식품점에서 발견한 신라면 박스는 오래된 친한친구를 만난듯 정말 반가웠다.

 

캠핑장

 

로드인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을 해서, 이틀동안 못 본 Eyre Llew 와 공연장의 엔지니어를 기다렸다. 엘루(이제부터 내 일기에는 엘루라고 한글로 쓸것이다.) 가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초록색의 무언가를 쥐어줬다. 자몽에 이슬이 소주였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곧바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끝잔향 스티커가 붙여진 특별한 소주였다). 엘루는 노팅엄에서 소주를 구했다고 했다. 고마워요.

이윽고 또 다시 장비를 옮기는 시간이 이어졌다. 리허설을 마치고, 지난번 만난 샘의 아버지와 함께 난도스(?) 라는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했다. 어떤 소스로 양념이 된 치킨과 사이드 메뉴가 나오는 접시 요리였는데, 제일 매운맛인 Extra Hot 도  맵기보다는 신맛+매문맛 이 함께 곁들여진 음식이었다. 엘루 너희가 한국에 와서 불닭볶음면을 먹는다면 모두들 화들짝 놀라겠지 후후후후..

조금 신기한 것이 있었다면, 아버지가 함께 아들의 친구들과 편하게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모두들 샘의 아버지를 자신들의 친구처럼 편한 마음으로 함께 했다. 샘의 아버지는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사람이다, 그렇기때문에 모두가 그를 특별히 편하게 대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샘과 긴머리 잭은 샘의 아버지에게 콜라를 갖다달라고 했고 샘의 아버지는 ‘내가 웨이터냐?’ 라고 하며 주섬주섬 컵을 챙기는 순간도 재미있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서 공연을 했다. 공연이 끝나고 누군가 케이크를 선물해주었다. 공연장의 프로모터였다.

영국에 와서는, 특별한 셋팅의 팀들을 종종 본다. 엘루 역시 스탠다드한 셋팅의 팀이 아니지만 (엘루의 샘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긴 머리 잭은 건반을 치며 풀셋팅이 아닌 드럼을, 그리고 다른 잭은 활을 이용해 연주를 하기도 한다.), 어떤 계산에 의해서 갖추어진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임을 음악을 듣고 알게 될 때, 또 그것이 정말 좋은 앙상블 일 때 듣는 나는 정말 기쁘다. 마주치는 대부분의 것들이 정말 새롭다.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 West Street Live, Sheffield

Eyre Llew @ West Street Live, Sheffield

돌아와서는 정말로(엄살이 아니라) 이상한 바베큐 파티가 벌어졌다. 밤 12시를 넘은 시간이 되었고, 어둠속에서 휴대폰 라이트를 켜 나무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배를 들었다. 영국에 와서 여러 밴드를 하는 사람들, 한국에 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야! 그럼 너네 소주 가져왔어?’ 라고 물어본다. 소주를 정말 좋아한다. 소주에 자부심을 가져야지.

평범하지만 굉장히 특별한 하루였다. 작년 생일때도 전날 공연을 하고 친구들과 야식을 먹었다. 새벽은 늘 춥고, 오늘 역시 춥다. 친구들이 많이 많이 웃어서 기분이 정말 좋다. 정말 많은 배려와 마음을 받고 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5월 23일

새벽엔 너무 추워서 양말을 두겹이나 신고 잤는데 일어나니 침낭안에는 정말 기분좋은 따뜻함이 감돌았다. 

영국에 온 후로는 차소리 보다 바람을 맞는 나무소리, 동물소리를 훨씬 더 많이 듣고 있다. 차가 빵빵 하는 소리도 거의 못들은 것 같다.

아침을 먹고 오늘은 등산을 하기로 했다. 엘루는 오늘 리즈에서 공연이 있어 아침을 먹고 공연장으로 향했고, 패트릭과 끝잔향은 등산을 하러 갔다. 오늘 우리가 간 곳은 Peak District 라는 곳인데, 캠핑장의 옆으로 따라가면 있는 산길이다. 사실 아래에서 봤을때는 조금 높은 언덕같았는데, 더 올라갈수록 등산이 더 알맞은 단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영국에는 차도옆으로 보이는 여러 크고 작은 풀언덕들이 있는데, 아주 빈번하게 양들과, 소, 말을 볼수가 있다. 산을 올라가는 길에는 여러마리의 양들을 만날수 있었다. 올라 가기전에 나에게 양은 귀엽고 보송보송 하얀 털이 있는 동물이었는데, 올라갈수록 점점 더 양들에 대한 존경심을 품게 되었다. 등산객을 위한 길이 없어서 우리는 양들이 만들어 놓은 양길을 따라서 더 높이 올라갔다. 수풀을 헤치고 정상에 올라갔고 정상위에서 낮잠을 잤다. 그리고 이제 돌아가서 무얼 만들지 생각과 고민을 했다. 산은 올라가는것만 힘든줄 알았는데 내려오는 일은 더 힘들었다. 진흙에 빠져서 신발이 지저분해지기도 했고, 바지 밑단이 젖기도 했다.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개울가에서 발을 씻고 장난을 치다가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마트에 가서 여러가지 음식들을 사고 라면과 고기를 구워먹었다. 라면을 끓이니 캠핑다웠다. 솔직히 말하면 영국 음식은 전부 맛이 없다. 그래서 신라면은 구원의 음식이다 사랑해요 신라면 고마워요 신라면

숯불을 조금 피우고 불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했다. 촛불의식 같았지만 사실 영양가 없는 농담들이 오고갔다

오늘도 새벽은 춥다 양말 세 개 신어야지

고기 굽는 샘

 

 

5월 24일 
by 하람

자연속에서 보낸 이틀간의 캠핑을 마친 후 짐을 챙겨 오늘 공연이 열리는 맨체스터의 다른 캠핑장에 다시 텐트를 설치한 후 도심으로 들어갔다. 맨체스터는 여러모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어릴적 좋아했던 Oasis 의 두 형제가 태어나 살던 지역이라 좀 더 반가운 기분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오늘 공연이 열리는 ‘Bunny Jacksons’ 는 비교적 크고 모던한 건물들 사이에 있는 멋진 펍이다. 우리는 오늘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에 공연을 하게 된다.

이제는 꽤 익숙해진 ‘엘루 벤에서 악기 덩어리들 내리기’를 가뿐히 마친 후 맛있는 식사를 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치킨윙 이다. 윙 하나에 고작 10펜스 밖에 안하는데다가 맛도 상당하다. 영국은 심야시간에 들어갈만한 가게가 그리 많지 않은데 맨체스터에 온다면 이곳에 들러 늦은 시간 라이브 음악을 즐기며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엘루는 오늘도 역시 굉장했다. 서로의 무대가 끝날때마다 오늘은 특히 굉장했다며 감탄하고 격려하는 순간은 항상 즐겁다. 그리고 우리의 순서가 돌아왔고 좁은 무대 위에 사이좋게 들어가 집중해서 연주를 시작했다. 나는 22일 셰필드 공연때 기타줄이 끊어져서 아쉬운 공연을 했던 터라 오늘은 정말 이를 악물고 연주했다. 중간쯤 되어 튜닝을 하며 오른손이 있는 부분을 봤는데 내 기타의 하얀 픽가드 위에 사방으로 피가 튀어있었다. 텐션이 많이 올라간 상태로 연주하다보니 검지손가락이 줄에 과하게 마찰되어 상처가 난 것이었다. 그래도 통증은 없었기에 끝까지 거칠게 연주를 했다. 공연이 끝난 후 패트릭이 “너네 오늘 마지막 곡에서 진짜 화난거같은 사운드였어!” 라길래 손가락을 보여줬다. “진짜 화났었네!” 라며 다들 웃었다. 개운했다.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 Eyre Llew @ Bunny Jackson, Manchester

그리고 공연장 밖으로 나오니 또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5월 25일 

비 속에서의 캠핑은 쉽지 않다. 특히 어려운 부분은 비를 맞으며 텐트를 해체하고 치우는것 하하. 오늘은 체스터에서 공연하는 날이다. 맨체스터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체스터는 큰 도시는 아니지만 오래된 건물들과 작은 강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비가 오는듯 마는듯 한 영국다운 날씨에 오래된 도시에 들어서니 재밌었다. 나는 화창한 날씨보다 조금 우중충한 날씨의 영국이 좋다. 해가 갑자기 떴다가 비가 갑자기 내렸다가.. 도대체 알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갑자기 비가 와도 우산을 사지 않고 그냥 다닌다. 우리 모두 얇은 자켓에 붙은 후드를 뒤집어 쓰고 돌아다녔다. 편하고 좋다.

체스터의 거리

짧은 관광을 마친 후 ‘Lock Keeper’ 에 들어가 악기를 풀었다. 오늘은 펍의 2층에 딸린 공연을 위한 공간에서 공연을 한다. 해가 천천히 저물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다른 공연들에 비해 오늘은 사람들이 그리 많이 오진 않았다. 그러나 느끼기에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즐겼다. 영국에서의 공연이 몇 개 남지 않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매번 그렇듯이 연주하는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쉬웠다. 모든 곡을 마치고 박수소리에 고개를 들며 떠오른 생각은 ‘아 너무 재밌다!’ 였다.

엘루의 공연까지 모든 순서가 끝나고 악기 덩어리들까지 모두 벤에 넣었다. 이틀 후에 우리는 엘루의 고향인 노팅험에서 두개의 공연을 하게 된다. 그리고 길었던 영국 투어가 끝난다. 아쉬운 기분으로 인사를 하려는데 잭(진저)이 먼저 와서 포옹을 하며 잘 쉬고 이틀후에 보자는 작별인사를 했다. 뭔가 벌써 끝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 조금 들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3일간 캠핑으로 쌓인 엄청난 피로와 맥주 탓인지 다들 어서 집에 돌아가 쓰러져 자고싶었다.

 

 

5월 26일

패트릭의 여동생인 클레어의 집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클레어의 연인인 스테머스가 아침(점심)을 요리해줬다. 그는 그리스에서 온 활기찬 사람인데 오늘은 쉬는 날이어서 우리는 클레어 집에 머무르며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할것이고 스테머스는 오늘의 그리스 요리 셰프를 맡아주기로 했다. 첫 식사는 그리틱 소스와 베이컨이 들어간 팬케익 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샴페인을 마시는건 처음이었다. 그들(그리스 가족)은 매년 50리터 정도의 와인과 올리브 오일을 직접 담근다고 하는데 그것은 파는 용도가 아니라 가족끼리 마시는 용도라고 한다 우리의 김치와 흡사한 것 같다. 우리나라엔 김치만을 위한 냉장고가 따로 있다고 말해주니 재밌어했다.

프리마베라 페스티벌의 델리게이터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그 밖에 여러 일들을 마친 후 패트릭의 가족들과 함께 스테머스의 멋진 요리를 함께 즐겼다. 단언컨데 영국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였다. 평소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그리스에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재밌는 대화도 나누고 일도 마치고 잘 쉬었다. 내일은 닷투닷 페스티벌이 열리는 엘루의 고향 노팅험으로 간다. 드디어 큰 무대에서 엘루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조금 설레인다. 투어가 끝나간다.

 

 

투어 다이어리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1주차  |  2주차  |  3주차  |  마지막주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영국/유럽 투어 일정

 


영어 번역: 조영국

Comments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