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8년 05월 17일 (목)

기사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왼쪽부터: 건석 (베이스) 하람 (기타) | 다영 (보컬) | 성훈 (드럼)

 


 

5월 4일
by 다영

아주 조금씩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오늘 마지막으로 짐을 싼 돼지코(변압기)를 보니 이제야 조금 진짜 정말로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밤비행기를 타고 아침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출발을 하는데, 도착해서 하루 이틀 뒤부터 드디어 준비한 투어가 시작된다.

SNS로 안부를 주고받았던 Eyre Llew (이번 투어를 같이 하는 영국의 팀이다)를 실제로 만나 인사를 하고 같이 연주를 한다는것이 영국에 간다는 사실보다 더 신기하게 느껴진다.

겨울부터 투어를 준비하고있었어서, 아득하게만 느껴졌었는데 드디어 내일부터 시작한다니 엄청 열심히 공부한 과목의 시험 전날 밤처럼 자신이 있기도 하고, 또 미묘하게 떨리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한국에서 마지막 공연을 잘 마쳤고, 오랜만에 만난 여러 분들에게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받은 좋은 기운을 가지고 길고 많은 공연들을 또 잘 끝내러 간다.

다같이 건강히 가서 건강히 돌아오는것이 최종 목표다.

여권 부디 안까먹고 가게 해주세요.. (라고 썼으니 나는 여권은 꼭 챙길것같다)

 

 

5월 7일 
by 하람

원래는 7일 오후 출발 예정이었지만 에어프랑스의  6일에서 7일로 넘어오는 자정 비행기로 변경되었다. 우리는 밤 8시 공항에 모여 악기와 머천다이즈를 각자의 가방에 정리하고 비행기 탈 준비를 했다.

시간이 되어 마중나와준 친구들을 보내고 비행기를 기다리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반나절이 넘는 비행시간동안 푹 잤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환승해서 마침내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패트릭은 뜨거운 태양탓인지 빨갛게 그을린 상태로 반갑게 마중나와주었다.

서울과는 조금 다른 신선한 공기에 감탄하며 한달동안 발이 되어줄 렌트카에 꾸깃꾸깃 짐을 넣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 잠자리는 패트릭의 부모님이 계신 banbury 의 아름다운 집이었다. 감사하게도 투어 기간동안 공연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날들에 도움을 주시기로 하였고 여러모로 신세질 예정이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첫 공연은 9일, 브리스톨에서 있을 예정이다. 그 전엔 패트릭의 가족들을 만나고 정비를 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5월 8일

내일부터 우리는 포근한 패트릭 부모님댁을 잠시 떠나 일주일동안 돌아다니게 된다. 브리스톨, 렉섬, 케임브릿지, 런던 에서 공연이 있을 예정이며 잠자리도 여러곳을 옮겨다니게 되고 내일은 캠핑을 하게 된다. 미리 침낭을 챙겨왔고 마음의 준비도 했기에 큰 걱정이 되지는 않지만 비만 안왔으면 좋겠다..

영국에는 테스코라는 큰 마켓이 지역마다 있다. 이곳에서 식료품을 포함한 여러 물건들을 판매하는데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 주욱 둘러본 결과 우리는 한달동안 주로 빵을 먹게될 것 같다. 하하

간단한 간식과 에어배드를 구매하고 근교에 있는 코츠월드를 구경했다. 코츠월드는 오래된 건물들이 아름답게 모여있는 조용한 지역이다. 이 지역 안에 크고 작은 마을들이 여러개 있고 관광객이 굉장히 많다 (백발의 신사, 숙녀 분들이 70퍼센트 였다.)

우리는 그 중 버튼온더워터 라는 마을에 들러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겼다. 앞으로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또 있을까 싶었다. 한국은 어딜가나 라디오나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오는데 조용한 풍경에 어울리게 음악을 틀어놓은 가게가 거의 없었다. 너무나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5월 9일

아침 일찍 짐을 싸서 출발했다. 줄인다고 줄였으나 악기를 모두 싣고 다니는 터라 트렁크에 공간이 부족해서 모두 자신의 악기를 하나씩 껴안고 차에 들어갔다. 두어시간 지나니 엉덩이가 매우 아팠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즐겁게 이동했다.

점심쯤 캠프사이트에 도착했다. 풀밭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텐트와 에어베드를 설치하고 곧장 브리스톨로 향했다.

브리스톨은 우리가 만난 첫 도시였다. 우리가 영국에 오긴 왔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오래된 빌딩에 주차를 한 후 엘루를 만났다. 우리는 한달간의 투어기간 동안 엘루와 함께 지내며 여러 공연, 페스티벌을 돌게된다. 그리고 엘루 역시 돌아오는 가을 한국에 와서 우리와 함께 투어를 가질 예정이다. 좋은 에너지를 가진 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상상하니 가슴이 뛰었다.

저녁이 되고 첫 공연장인 ‘mother’s ruin’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공연장마다 개인 악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것이 갖추어져 있지만 영국은 다르다. 모니터 스피커 한쌍과 피에이 시스템을 제외한 모든것을 직접 셋팅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엘루는 그래서 밴을 샀다고 한다. 앰프, 드럼, 피아노 등 거의 모든것을 가지고 다닌다. 우리는 엘루의 드럼과 앰프등을 빌려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는것이다.)

 

@Mother's Ruin, Bristol

 

우리는 첫 순서로 공연을 했다. 작은 무대에 옹기종기 모여서 소리를 냈다. 오랜만의 연주이기도 하고 어색한 환경탓인지 처음에는 다들 굳어있었다. 그러나 점점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고 평소처럼 집중해서 마지막 곡을 끝냈을땐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있었고 엄청난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기뻤다. 첫 공연 치고 무사히 잘 끝낸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올라간 엘루는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라이브를 보여줬다. 곡이 하나씩 끝날때마다 이들과 함께 투어를 한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귀도 즐겁고 맥주도 맛있고 무척 행복했다. 이래저래 힘든것들은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악기를 싸서 밖에 나오니 비가 오고있었다.

 

 

5월 10일 

세상이 얼어있는 듯 했다. 새벽 다섯시 반, 축축한 공기속에 눈을 떠서 텐트와 침낭을 모두 정리하여 다음 공연이 있을 웨일즈의 렉섬으로 이동했다. 4시간동안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렉섬에 있는 대학교 내의 스튜디오였다. 포커스 웨일즈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라이브를 스트리밍 하고 짧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는 20분동안 라이브를 했고 우리의 라이브와 인터뷰가 포커스웨일즈의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되었다.

 

@glyndwr, Wrexham

 

곧장 페스티벌이 열리는 시내로 들어가서 우리의 공연이 있을 Ty Pawb 에 체크인 했다. 오늘은 한국팀인 전국비둘기연합, DTSQ 와 함께 잔다리페스타 무대에서 연주했다.

두 팀은 역시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 클럽 무대와는 다르게 밝은 장소에 여러 델리케이터들이 모여있었고 단순한 공연이 아닌 우리를 열심히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얀 형광등 밑에 선 우리는 다소 긴장됐지만 만족스러운 무대를 가진 후 내려왔다. 이후 어떤 델리케이터가 와서는 오늘 하루 중 가장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고 했다. 참 고맙지만 설득력 있는 말은 아니였다 다른 팀들도 굉장한 무대를 보여줬기에!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할때마다, 다른 베뉴에서 공연을 볼때마다 만난 사람들은 비슷한 표현으로 칭찬해주었다. 매우 행복했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게 되었다.

 

 

5월 11일 

오늘은 포커스웨일즈에서 엘루의 무대가 있다. 우리는 페스티벌이 열리는 이틀동안 이들과 함께하며 다른 뮤지션들의 무대와 컨퍼런스 등에 참석하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오늘도 종종 마주치는 사람들의 칭찬을 듣고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엘루의 무대를 일찍이 보러 가서 셋팅을 도와주고 공연을 봤다. 그들은 앞에 선 사람들을 한순간에 집중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엄청 큰 무대, 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이들의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들은 분명 그렇게 될 것 같다.

 

@Focus Wales Festival, Wrexham

 

모든 스케줄이 끝나고 다시 비가 왔다. 우리는 다른 뮤지션들의 무대를 감상하고 함께 쓰는 숙소에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대에서와는 다르게 참 웃긴 친구들이다. 우리의 영어실력도 더 성장해서 서로에게 더 재밌는 시간이 되기를. ^^

 

 

투어 다이어리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1주차  |  2주차  |  3주차  |  마지막주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영국/유럽 투어 일정

 


영어 번역: 조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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