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5년 10월 14일 (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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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한명씩 옆자리 멤버를 소개해주세요.

진우: 노래하는 준다이입니다.

준규: 노래하는 노진우입니다.

준다이: 드럼 치는 김석년입니다.

석년: 베이스 치는 안경순씨요.

경순: 이 친구는 기타치는 임준규입니다.

# 8년 만에 나온 정규앨범인데 심정이 어떠신가요?

준다이: 다음 앨범을 낼 수 있는 조건을 하나 충족시킨 것 같아서 좋습니다.

준규: 이게 최초로 저희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거에요. 옛날에는 회사를 거치고 돈을 받고 했는데, 이번에는 돈을 걷는 것부터 우리끼리 다 했어요. 시행착오도 있었고 힘든 점도 있었고... 뭐든 항상 처음이 어렵잖아요. 그래서 다음 앨범부터는 좀 쉽지 않을까 싶어요.

# 굳이 그렇게 해야했던 이유가 있나요? 밴드의 네임밸류도 있고 재결성이라는 충분한 이슈가 있어 어느 정도의 러브콜이 있었을만한데요.

준다이: 일단 알고 지내는 레이블은 아주 많지만... 비지니스로 접근하는 것이 좀 그렇기도 했고 회사랑 독립한 상태에서 우리끼리 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도 있었어요. 사실 레이블과 함께 하는 방식은 투자한 만큼 회수하는 방향이잖아요. 이번 앨범만큼은 그런 것에서 벗어나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보자 했어요. 오직 결과물에만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 레이지본의 재결성 소식은 2013년도에 들렸었고, 페스티벌 공연에서 출현하기도 했는데요. 그 이후 정규앨범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슨 일들이 있었어요?

준다이: 일이 없었어서…. 어떡하죠... 죄송해요.

준규: 일은 없었고... 밴드가 잠깐 떨어져 있는 동안 각자 준비하는게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옛날처럼 음악에 올인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죠. 그러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앨범을 내자했는데 앨범에 대해서도 멤버 간 의견차이가 생겼어요. 각자 좋아하는 음악도 많이 변했고,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시간이 길어진 것 같아요. 결국 이렇게 또 아무것도 안하면 끝나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옛날 음악이라도 좋으니 하자! 그렇게 딱 진행을 한거예요.

# 오랜만에 스튜디오에 모여 작업하셨을텐데, 어색하거나 힘드시지는 않으셨는지?

석년: 어색하기보다는... 오히려 연습이나 분위기나 옛날이랑 너무 똑같았던 것 같아요.

준규: 요즘 나오는 밴드들 있잖아요. 그 새끼들이 존나 잘해요. 우리는 그대로인데...

준다이: 앨범 들어보셨잖아요. 별로 발전도 없고... 옛날 2008년에 나온 장비로 녹음한거랑 2014년 장비로 녹음한거랑 그게 유일한 차이에요. 장비만 변했어요. 하하.

준규: 결론은 요새 새끼들은 잘하고 우리는 아직 머물러 있다. 조금 좋게 말해서 우리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기 위해서... 옛날 느낌 그대로 레이지본 스타일을...

진우: 잘해보려고 하는데 사운드가 잘 안나와요. 어차피.

준다이: 요즘 핫한 외국 밴드들이 어떤 악기를 쓰는지도 몰라요. 알면 좀 썼을텐데.

준규: 좋게 말해서 재결성이지 그냥 직장인 밴드예요. 앨범 작업은 여기서(인터뷰 장소) 했어요. 홍대 최고의 스튜디오 ’불리 스튜디오(https://www.facebook.com/studiobully)’

준다이: 주소 넣어주세요. 페이스북 페이지 있어요. 달라지는 세상에 발맞춰 레이지본도 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잘 하기 위해! 인터뷰 중간중간 궁금하면 링크 클릭해서 새창이 나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은 인터뷰가 끝날 때 쯤이면 새 탭이 한 10개 정도는 띄워져 있을거예요.

# 2005년 군입대를 계기로 잠정적인 활동 중단이 됐었고 그 후로 오랫동안 원년 멤버가 모이지 못했어요. 다시 모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준다이: 못 모였던 가장 큰 이유는요, 보컬의 진우형이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했어요.

준규: 귀국을 하면서 물리적으로 재결성이 가능했죠.

준다이: 외국에서 영화로 상을 몇 개 탔어요. 자 이제 창이 하나 뜰거에요. staygoldmp.com. 한국에 들어와서 스테이골드모션픽처스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만나자 해서 다 같이 모였어요.

준규: 처음에는 가볍게 술 한잔하자였는데 그때 조심스럽게 공연 얘기가 나왔죠. 공연 한번 하자. 추억팔이나 한번 하자. 크게 생각하지 않고.

석년: 근데 상상마당에서 했죠. 하하.

준다이: 그 공연이 정말 좋은 경험이 됐고요. 재밌어서 끝나고 다음에는 어디서 할까 이런 얘기가 나와서 재결성!  

준규: 이것도 조금 미화시키면.. 처음으로 합주를 하면서 옛날 곡을 했는데, 다른 몇년만에 처음으로 연주를 해보는 건데 어렸을 때의 그 분위기가 나오는거에요. 그래서 ‘아 이게 밴드구나..’ 하면서.

(전원 폭소)

준규: 아 이게 밴드구나.. 이 새끼들은 좋든 싫든 옛날 공연장 다녔던게 아직도 남아있구나... 그래서 공연을 좀 더 이어볼까 싶었어요.

석년: 우리가 활동을 안하는 7,8년 동안 아마 다 마음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었을 거예요. 다시 합주를 하고 싶은 마음. 레이지본의 앨범에 대한 생각까진 아니더라도 한번 해볼까 그런 생각은 각자 했을거예요. 그러다 진우가 다시 한국엘 오면서 같이 하게 된거죠. 다 분명 하고 싶었을거예요.

# 아직도 팬들 사이에서 1집 <Lazy Diary>와 2집 <Do it yourself>는 클래식 앨범으로 남아있어요. 레이지본의 활동을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닌 어린 학생들도 아직까지 노래방에서 ‘Do it yourself’와 ‘그리움만 쌓이네’와 같은 노래를 즐겨부르고, 대학 밴드가 레이지본 노래를 커버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우: 저희 노래를 카피한 건 쉬워서 했을걸요. 비기너가 락을 시작하기 딱 좋은?! 알맞은 구성에 알맞은 난이도에...

준다이: 요새꺼 했으면 좋겠는데.

석년: 요새꺼가 더 쉬워.

준다이: 지금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대학생 동아리 공연 때 선배들이 계속 시키는 노래가 있거든요. 그 학교 동아리 선배들이 크라잉넛, 레이지본을 필수곡으로 해놔서 그런 것 아닐까요?

준규: 미화시켜드릴까요?

준다이: 미화부장 등장...

준규: 저희가 추구했던 음악적 목표는 남녀노소 누구든 가리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것이었어요. 어떤 공연장을 가도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라!.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어린 친구들이 우리 음악을 들어도 부담감 없이 ‘아! 이거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전원 폭소)

진우: 듣기만 해도 코드가 보이니깐.

준다이: 원래 락밴드들은 이런 거 대답할 때 ‘곡이 좋아서’ 이렇게 대답해야되는데... 우리는 짧게 툭툭 던지고.

진우: 17년 전에 우리가 ‘블랙홀’ 형님들을 봤잖아. 아마 그 느낌일껄?

# 레이지본은 맛깔나는 리메이크 곡을 많이 앨범에 수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번에도 설운도님의 ‘사랑의 트위스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리메이크를 많이 하는 이유가 뭔가요?

준다이: 매번 이유가 달라요. 리메이크 앨범도 있었고, 부탁을 받아서 광고용으로 만든 OEM 방식도 있고요. 월드컵 곡도 그런 식이었어요. 원곡을 우리 스타일대로 풀어내는 것 자체가 레이지본을 알릴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었기 때문에 선택한 거예요. 하지만 커버송은 요즘도 항상 딜레마인 것 같아요. 커버하는 밴드는 싫다라는 선을 긋는 팬들도 분명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곡들을 건드려요.

준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우리가 첫 커버곡으로 99년도에 ‘루비’를 건드렸더라고요. 근데 당시에 락밴드가 댄스곡을 한다는 것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었어요. 락커가 무슨 여자 아이돌 노래를 하냐는… 근데 시작을 그걸로 해서 무슨 곡을 해도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아요.

준다이: 근데 결국 핑클이랑 콜라보를 못했잖아.

# 레이지본의 활동 기간 동안 멤버 교체나 음악 스타일에서 여러 변화가 있었는데요. 이번에 나온 앨범은 초기 레이지본의 음악이 생각나는 스카펑크라고 팬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 회귀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준규: 그동안 멤버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조금씩 달라지고 또 그대로인 사람도 있었고, 조율점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답이 안 나오더라구요. 끝내 합의점을 못 찾았어요. 계속해서 앨범 이야기를 하다 아예 옛날 스타일로 가자고 했어요. 그냥 하니깐 옛날 스타일이 나오더라고요.

진우: 이 친구(준규)가 굉장히 좋은 노래를 가져왔어요. ‘멋대로 살자’라는 노래인데 그 노래가 진짜 좋아요. 처음 가져온 데모가 끝내주거든요. 근데 우리가 그렇게 연주를 못해요.

준다이: 지금 들어보신 그 곡이 아니에요.

석년: 한국에 여태까지 없는 노래. 진짜 좋은 노래.

진우: 레게라기보다는 진짜 팝스러운 노래였어요. ‘러브 앤 피스’ 같은 노래인데.

경순: 어차피 못 들으니깐 막 질러.

(전원 폭소)

준규: 노래를 소화하지 못하니까 그냥 옛날 스타일로 간 거예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최대한 하나로 묻어나올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죠. 뭘 가져와도 레이지본의 색깔이 나오게 돼있는 것 같아요.

# 레이지본의 아이덴티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역시 가사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어떤 스타일의 노래를 해도 가사에서 늘 유쾌한, 힘내라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전달해왔어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준다이: 멤버들이 밑작업을 해준 상태에서 제가 가사를 덧붙여요. 근데 앨범을 보면 항상 ‘힘내’, ‘화이팅’이 나와요. 약간 맹세 같은 것이 아닐까요? 어떤 마인드컨트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탄탄대로로 순풍에 돛 단 것처럼 가진 않거든요. 뒤를 잘 안 돌아봐서 그렇지 뒤를 돌아보면 사실 힘들거든요. 그래서 가사가 그렇게 나오는 것 같아요.

# 가사 만드는 작업은 어떻게 하나요?

경순: 방법은 항상 다른데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가사 하나 써와. 근데 거기에 자전거는 안 들어 갔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전달을 해요.

준다이: 곡 마다 쓰는 방법도 다 다르고. 전혀 상관없는 단어가 곡의 제목이 되기도 하고.

경순: 그거 생각나네... 인도사이다.

준다이: 인도사이다! 공감대도 없어요. 우리만 재밌으면 되요. 우리끼리 낄낄거렸던 요소들을 가사로 썼는데 ‘가사를 발로 썼나’, ‘정말 가사 쓰기 싫었나보다’ 이런 얘기가 나와요. 딱히 공감되는 것을 전제로 하진 않아요.

# ‘늑대가 나타났다’ 이 곡은 스토리가 있는 곡인데 어떻게 이런 재밌는 생각을 하셨는지?

준규: 잔혹동화스토리예요. 준다이가 썼어요.

준다이: 좀 삐뚤어진 생각을 표현해봤어요. 자세한 내용이나 메세지 같은 건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석년: 좀 위험한 곡이긴 하지.

준규: 동화 한편을 바라보는데 다른 시작으로 재해석을 한 곡이죠. 사회의 부조리나 그런 것들도 좀 담겨있고... 정부를 까는 건 없어요.

준다이: 저희는 항상 집권 여당의 편입니다.

# 이번 앨범 커버에는 준다이님이 자전거를 타고 계시는데 그 의미와 저스트 비 레이지하고 어떻게 맞아 떨어지는지?

준규: 처음 앨범 컨셉을 잡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오고 갔어요. 이 친구(준우)가 영상을 하는데 길에 가다가 예쁜게 보이면 찍어요.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이걸 본 거예요. Lazy가 들어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한번 더 보게 되잖아요. 예쁘길래 그냥 여기에 의미를 때려 박기로 했죠. 그렇게 했는데 사실 전에도 바쁜 현대인의 삶을 어떻게 표현해볼까 하던 생각이 있었거든요. ‘Just Be Lazy’를 보고 준다이가 누구는 빨리 지나가고 누구는 여유롭게 지나가는 그런 그림을 그려보자 했는데..

준다이: 원래는 멤버들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고 거길 자전거가 바쁘게 지나가는 그림을 생각했어요. 제가 회사원처럼 차려입고 자전거로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귀찮기도 하고 여러 조건이 필요해서 결국에는 그냥 쫄쫄이 입고 혼자 지나가는 걸로.

# 많은 공연 경험이 있으실텐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연은 뭔가요?

준다이: 2002 월드컵 시청 앞 공연입니다. 그때 우리 앞에 30만 인파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가 되면 사람들의 에너지가 좀 달라요. 하나의 뜻을 갖고 모인 사람들의 맹목적인 에너지는 진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커요. 30만 명 앞에서 ‘으아!!한국!!’ 이거 하고있으면…

준규: 몸에 기다 다 빠져요. 진짜. 우린 겨우 5명의 에너지로 부딪치고 싸워야 하니까 한 곡 하는데 목 다 쉬고 탈진해서 너무 힘들었죠. 파도타기를 하는데 사람이 많으니까 하도 길어서 사람들이 울렁울렁거리고.

# 홍대 1세대 인디밴드 레이지본이 느낀 옛 홍대 인디 문화와 지금의 홍대 인디 문화의 차이점은?

준규: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게 사실이예요. 우리 때는 유투브도 없고 그래서 외국 음악 접하기가 어려웠는데 요새 애들은 어릴 때부터 다 접하니까 완전 색다른 음악을 들고 나오는 친구들도 많아지고... 음악의 다양성으로 봤을 때는 확실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진우: 단점은 음악은 좋은데 밴드들이 너무 쉽게 없어지더라고요. 왜지?

준다이: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유행한 장르의 음악을 하다보니까 그 다음에 오는 팀한테 자리를 뺏기는 것일수도 있고, 유명해졌다가 유명세에 취해서 여자 만나고 술만 먹다가 본분을 잊어버리는 팀도 있구요. 옛날에는 ‘이상한 새끼들 없어졌으면 좋겠다’였는데 요즘은 누가 망했다라는 소리 들으면 좀 씁쓸하더라고요.

# 이번 정규앨범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석년: 개고생.

준다이: 꽝.

진우: 추억팔이 아니야?

준규: 미화시켜줘? ‘연어’

(전원 폭소)

준규:  우리의 처음을 찾아서 거슬러 올라가는...

진우: 근데 연어는 죽잖아. 하하하.

준다이: 어쨌든 죽어. 알 낳고 죽어.

# 레이지본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준다이: 레이지본은 현재 방송과 클럽공연 모두 라이브로 즐기며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후엔 라이브 클럽 투어를 계획 중이구요. 특정 기간 없이 기회가 닿는대로 전국 라이브 클럽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논의 중인 재미있는 꺼리들이 많은데, 그때그때 페이스북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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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자 : 김재면, 최일화, 임도연
영어 번역: 패트릭 코너
교정 : 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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