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5년 05월 31일 (일)

인터뷰

관객들로부터 예술가는 어떤 빚을 지게 되는가? 한번 세상에 발표된 앨범은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만든 창작자들을 정의해버리고 마는가? 한 예술가가 새로운 방식의 창작을 하고자 결정할 때, 그것은 그들이 이미 쌓아놓은 것과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며, 그 새로운 생각이 지닌 혁신성은 아마 자산이라기보단 골칫거리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은 신선한 관점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할 때, 오랜 팬들이 급작스럽게 이탈하면서 생길 수 있는 잠재적인 반감을 고려한다. 그리고 때때로 이것은 예술가들이 가진 창의적인 시각을 제한하기도 한다. 좀더 실험적인 장르에서는 이런 예술가들의 가지뻗기를 관객은 더욱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원래부터 특이한 음악이었기 때문에 제작 아티스트가 갑자기 기대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뛰쳐나가버린다 해도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거룩한 팝 음악의 전당에서는 리스너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한 성문화된 어떤 기준이 요구된다. 따라서 어떤 팝 아티스트가 다른 장르로 뛰어넘어가면 모든 사람은 공포심을 안고 숨을 참은 채로 그가 과연 무사히 착지할 수 있을지 지켜본다.

보컬/멀티 연주가 강정임(공연에서 사용하는 이름은 ‘흐른’)과 기타리스트/일레트로닉 뮤지션인 류호건이 만나 80년대 신스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를 펼치면서 전기흐른의 음악을 만들어가기 시작했고 이들은 그렇게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딛었다. 집단 흐른의 기존 작업은 분명 더욱 담백했고, 어쿠스틱했으며, 특별히 혁신적이거나 흥미롭지만 않다면 한국 전역에 통할수 있을만한, 그런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 이렇게 잘 다져진 기반에서 내놓은 2011년 앨범 <Leisure Love>은 당연이 전통적인 발라드 포멧이 지속될 것이란 기존 팬들의 기대감을 당혹스럽게 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 둘은 철수하지 않고 더욱 강하게 새로운 방식을 이어나갔으며, 재밌게도 이름까지 자신들의 사운드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전기흐른으로 바꾸고, 올해 초 새로운 앨범 <우리는 밤에 산다>를 내놓았다. 새 앨범은 보다 완벽한 80년대 팝송 느낌의 트랙들을 뽐내고 있다. 국내와 해외, 전통 영국 신스 대가로부터 현대적인 글램 팝 스타들까지 고루 영향을 받았다. 전기흐른의 음악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칵테일을 홀짝거리기 위해 찾아가는 조용하고 연기가 자욱한 라운지나 온몸을 뒤흔드는 댄서들의 뒤얽힘이 윤활류가 되는 활기 넘치는 클럽 그 어디든지 잘 어울린다. 전기흐른 곡들은 춤을 추게 만드는 유형이지만 또한 편안하게 들을 수도 있다. 한바탕 댄스의 광란에서 벗어난 후에 들으면 사운드가 담고 있는 깊이를 잘 느끼게 된다.

우리가 전기흐른의 멤버를 만났을 때 우린 음악의 변천이 그들의 이력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인디 신과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앞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계획인지 등이 궁금했고 이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독자들에게 서로의 소개를 해달라.

흐른 : 이 친구는 나와 같이 곡을 만들고 사운드 전반적인 것들을 주로 담당을 하며 기타도 치고 있는 류호건이다.

호건 : 누나는 흐른 누난데, 아직 미혼이다.(웃음) 우리가 같이 음악할 때 보컬을 전담하고, 신스와 멜로디도 주로 맡고 있다.

# 어떻게 둘이 같이 활동하게 됐는지 간단하게 독자들에게 설명해달라.

호건 : 흐른이 1집을 내고 2집을 발매하기 전, 공연을 위한 세션을 모집했었다. 그때 나는 프렌지라는 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흐른이 프렌지 멤버 중 한명과 아는 사이였다. 그때 나와 프렌지 드러머가 함께 흐른의 세션으로 같이 활동했다. 당시 나는 전자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흐른 2집에 일렉트로닉 요소가 가미되어 있었다. 당시 나는 흐른 세션으로 랩탑과 기타를 담당했는데 그러다가 둘이 한번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승낙했고, 그렇게 전기흐른이 시작되었다.

# 흐른은 이미 2집 <leisure love>에서부터 신스팝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호건은 포스트록 밴드 프렌지나 아일 등의 활동을 했었는데 서로의 음악적 교집합에 있어서 에러 사항은 없었나?

호건 : 사실 처음에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거의 연주만 하다 보니 멜로디나 보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 상태였다. 대신에 혼자 일렉트로닉을 많이 했고, 연주나 시퀀싱 같은 부분도 개인적으로 해왔었다.

흐른 :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우리 둘 다 비생산적일 정도로 자기 고집이 센 스타일은 아니란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것들을 인정하고 서로한테 배워가는 부분들이 있다. 각자 잘 하는 부분을 더욱 신경쓰고 서로의 의견을 따라가기 때문에, 취향은 다르지만 그게 독이 아닌 득이 되는 것 같다.

호건 : 서로의 곡을 싫다고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다.

# 포크/포크락 요소가 강했던 1집(2009년 발매)에 비해 이후 작업에 일렉트로닉 요소와 신스가 들어가게 된 이유와 계기는 무엇인가? 팬들 취향에 맞춰 장르를 변환한 건지, 혹은 기존의 팬이 떠나간다는 등의 염려는 없었는가?

흐른 : 나는 사실 신경을 안 썼다. 단순히 팬과 인기를 생각했다면 포크/발라드 성향의 곡들을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사실 1집에도 일렉트로닉 성향이 있는 곡들이 있었다. 내가 처음 포크음악을 했던 건 포크에 애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내게 있어 음악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는 기타를 치며 노래할 수 있는 상황 때문에 포크를 했지, 나 스스로 포크가수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원래는 밴드음악에 대한 애정과 로망이 있고 일렉트로닉을 좋아했지만 그건 초보자가 처음부터 하기는 힘든 음악이다. 공부도 필요하고 장비나 지식이 필요해서 초보자가 하기 힘들다. 그 과정에서 내 음악을 좋아하다가 떠난 사람들도 있다. 요즘도 가끔 흐른 활동은 안 하냐는 질문을 받는데 당분간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

# 2집 때 전자양을 프로듀서로 두어 좋은 결과물을 냈는데 그 이후 호건과 함께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흐른 : 전자양 같은 경우에는 앨범 전반에 대한 프로듀서였고 전기흐른은 밴드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양과의 협업과 호건과의 협업을 비교하시는데 사실 이건 비교하기도 어렵고 비교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프로듀셔는 앨범 제작만 같이 하는 사람이다. 호건과는 밴드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혼자 활동할 때 외로웠고 밴드를 하고 싶었다. 또한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 프렌지와의 다른 점은?

호건 : 많이 다르다. 밴드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프렌지나 다른 팀을 했을 때 나는 기타만 신경 쓰면 됐다. 다른 파트는 그 연주자가 좋다고 하는 방향에 맞추면 됐었다. 그런데 둘이서 음악을 만들다보니 신경 쓸 게 굉장히 많았다. 드럼 라인부터 베이스 라인도 직접 짜야하고. 소리의 전반적인 라인도 체크해야 하고... 아무튼 그렇게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게 좋다. 그런 점에서 재미가 있고 다른 밴드와는 많이 다르다.

# 최근 전 세계적으로 록 비트 기반에 일렉트로닉 요소가 가미된 음악들이 인기가 많은데, 이런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흐른 : 전기흐른 음악을 시작할 때 그런 트렌드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나는 원래 80-90년대 뉴웨이브 신스팝의 광팬이어서 그것들을 내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최근 트렌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는데, 일렉트로닉이 가미된 음악들이 어느새 트렌드가 되었다.

호건 : 3년 전 즈음 일렉트로닉을 하는 팀들이 막 나왔었다. 우리의 곡은 일렉트로닉을 팝적으로 듣기 편하게 풀어나가는데 우리 같은 팀이 별로 없었다. 그런 점이 오히려 우리의 특징이 된다고 생각한다.

# 좋아하는 일렉트로닉 뮤지션은 누가 있는가?

호건 : 제일 좋아하는 건 다프트 펑크, 그 다음으로 조지 오브 캐나다를 제일 좋아한다. 마우스 온 마쓰나, 크라프트베르크, 데드마우스. 외국 음악 위주로 좋아했다.

흐른 : 함께 일렉트릭을 좋아해도 차이가 있다. 호건은 포스트락 성향의 일렉트로닉을 나는 팝 성향의 일렉트로닉을 선호한다.

# 보통 K-POP은 자본주의와 대기업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케이팝 아티스트로 불리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그렇거나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이유는?

흐른 : 대부분의 사람들은 케이팝을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한 아이돌이라 생각하고, 그들이 케이팝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 그 개념은 유연한 개념일 수 있다. 사실 대중을 타겟으로 음악을 하는 모든 팀들을 케이팝이라 불릴 수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음악을 혼자 들을 게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퍼블리싱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게 팝인 거고 나의 베이스가 한국이니까 케이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개념에서 다른 뮤지션과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면 그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하지만 대형자본들이 뮤지션들을 길러 음악보다도 음악 외적인 부분들로 상품화해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는 나 역시 비판적이다.

활동 및 제작방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음악이라는 틀에서 봤을 때 본질적으로 아이돌과 내가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것은 리스너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디라는 개념도 모호한 개념이다. 국내에 잘 알려진 해외 아티스트도 스스로 인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의 애티튜드에 따른 것이지 장르로 고착화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케이팝도 마찬가지다.

# 전기흐른 EP와 정규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호건 : 흐른이 종종 이야기했던 건데, <길티 플레저> 같은 경우는 우리의 명함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명함을 주듯이, 우리의 음악이 이렇다고 소개할 수 있을 음반이 필요했다. 전체적인 작업을 둘이 다 진행했고 장비도 거창하지 않게 간단하게 홈 레코딩으로 우리의 색깔만 넣었다. 유통만 업체에 맡긴 셀프 프로듀싱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규1집 같은 경우에는 이제 우리의 명함은 있으니 내실을 추구하자는 생각이었다. 사운드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하고 피드백도 받으면서 진행했다.

# EP를 만들 때 정규앨범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가?

흐른 : EP를 낼 땐 정규를 꼭 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활동을 하고 있으니 우리를 알릴 어떤 것이 있어야겠다고 느꼈다.

호건 : 내가 밴드를 하면서 느낀 건 음반이 없으면 밴드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케이스들이 안타까웠다. 존재하는 곡을 사라지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앨범을 만들고 나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곤 했다.

흐른 : 가장 큰 차이점은 EP를 제작할 때는 돈이 없었고 이번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비가 있었다는 것이다.

# 이번 앨범의 제목 <우리는 밤에 산다> 라는 제목에 담긴 컨셉 및 의미는 무엇인가?

흐른 : 직접 만든 제목은 아니다. 잡지에서 <그들은 밤에 산다>라는 영화 제목을 보고 그 문구가 와 닿아서 이걸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그동안 밤에 대한 주제로 만든 곡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영화의 원제가 ‘They Live By Night’이었는데 ‘by night’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제목을 보고 밤에 놀거나 작업하고 낮에 잠을 잘거라는 뮤지션에 대한 편견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의도보다는 일과가 끝나고 난 후의 시간, 해야할 일이 정해져 있지 않아 나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근본적인 존재와 대면하는 온전한 나의 시간이란 의미를 떠올렸다. 어떤 가능성이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물리적인 시간으로서의 밤이 아니라 컨텍스트로서의 밤이 재미있다고 생각을 했다.

# 새 음반에서 아끼는 곡은 무엇인가?

호건 : 나는 1번 트랙 ‘Empty night’하고 7번 트랙 ‘Super moon’에 애착이 간다. ‘Empty night’는 유일하게 이 앨범을 계획하기 전에 만든 노래다. 거의 스케치 형식이었고 두 번 정도 공연에서 해봤는데 부족해서 많이 다듬었다. 직접 만든 소리가 많아서 애착이 간다. ‘Super moon’은 들으면 알겠지만 밴드 형식의 곡이라 작업할 때 신났다. 곡이 심플하면서도 채워있단 느낌이 들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른 : 타이틀곡이랑, 개인적으로는 약간 가장 애정이 가는 ‘Berlin’이다. 나의 경험을 각색한 곡이다. 축축하고 춥고 눈보라치던 날 베를린 공항에 내렸을 때, 친구가 마중나와 있던 순간의 느낌을 갖고 쓴 곡이다.

# 다른 앨범들에 비해 이번 앨범이 차분한 분위기인데 라이브에서 관객 반응이 어떨 것으로 예상하는가? 혹은 어땠는가?

흐른 : 이 앨범으로는 쇼케이스 공연을 한 번 했다. 연주자가 관객 반응을 객관적으로 볼 순 없지만 생각보다 다운템포는 아니라 다이나믹함이 잘 사는 것 같다.

# 요즘 라이브 공연에 드러머 세션을 영입하셨는데 어떤지?

호건 : 우리 같은 전자음악에서 리얼 드럼이 라이브에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밴드보다 더 큰 것 같다. 앨범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라이브에서 더욱 파워풀하고 현장감이 있어 드럼 세션을 둔 것이 좋은 결정이었다. 예전부터 우리의 공연을 본 사람들도 드럼이 생긴 후 더 좋아졌다고 했다.

# 흐른은 뮤지션 유니온의 멤버다. 현재 한국 사회의 뮤지션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흐른 : 열심히 노력할 뿐이다.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인디 뮤지션들이 큰 대형 기획사 없이도 생태계를 공정하고 정의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흐른과 호건 모두 오랜 기간 음악을 해왔다. 과거와 현재 신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호건 : 옛날에는 좁았다. 웬만하면 서로 다 아는 사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흐른 : 양적으로 굉장히 커졌고 그만큼 투자되는 돈, 후원과 지원이 많아졌다. 그런 것들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할 순 없지만 인디신에 자원이 생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호건 : 예전엔 페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요즘에는 대부분 챙겨주는 편이다.

흐른 : 인디 레이블에서도 시스템이 슬쩍 넘어가는 게 있었지만 지금은 체계가 잡혀있다. 음악적으로도 다양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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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자 : 김재면 / 이아림 / 이혜원
영어번역: Patrick Connor
교정 : 임도연 (Doyeon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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