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5년 09월 24일 (목)

인터뷰

2014년, 여러 경연에서 얼굴을 비췄던 한 밴드는 EBS 헬로루키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자신들의 음반을 발매한지 꼭 1년 만의 일이었다. 그들이 바로 예쁜 멜로디로 소년,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던 밴드 크랜필드다. 대학 동기였던 이성혁, 정광수, 지수현 세 사람이 2012년에 뭉쳐 결성된 크랜필드는 기타 세션을 맡아주던 김홍용(슬로우베이비)을 대신해 박인이라는 새 멤버가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 흰 옷을 맞춰 입고 몽환적인 사운드를 내던 크랜필드는 EP를 통해 그들만의 또 다른 색을 선보였다. 막강한 루키로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꾸준히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크랜필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안녕하세요. 먼저 멤버 소개를 서로 해주세요?

수현: 크랜필드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키 188cm의 동물애호가 박인입니다.

박인: 크랜필드의 마스코트 정광수입니다. 베이시스트예요.

광수: 크랜필드에서 보컬, 기타, 작사, 작곡을 맡고 있는 리더 이성혁입니다.

성혁: 수현이는 희귀한 여성드러머고, 아마 홍대 여성 드러머 중에서는 가장 완력이 센 드러머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현: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웃음)

성혁: 저희 팀에서 남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정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크랜필드가 마초스럽게 않게 하는 아주 소중한 존재죠.

인터뷰 사진 : 한지윤

# 1집 활동 이후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멤버 구성입니다. 기타리스트를 영입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성혁: 이전과 별 차이는 없어요. 비슷해요. 인이는 EP 작업 중간에 들어와서 작업을 같이 하진 못했거든요. 2집 전까지 아직은 익숙해지는 시간, 일종의 수습기간인 셈이예요. 그래도 몇몇 곡은 기타파트를 온전히 맡고 2곡 정도를 새롭게 편곡해 맞춰가는 중입니다. 전에 기타를 담당하던 친구랑 성격도 비슷해서 차이는 별로 없어요. 그럼에도 제일 큰 변화를 꼽아보자면 술먹는 일이 줄었네요.

수현: 그렇습니다. 현저히 줄었습니다.

성혁: 얘가 술을 잘 안 마셔서... 원래는 뭐 끝나면 술 마셨는데.

수현: 엄청 엄청 큰 변화죠.

# 박인씨는 지금 소리박물관이라는 밴드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스타일이 다른 두 밴드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박인: 크랜필드 기타 라인이 어렵지는 않아서 연주 때문에 크게 어려운 건 없고요. 밴드의 정체성을 흡수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크게 어렵다는 생각은 안해요. 재밌어요. 또 소리박물관 경우에는 밴드 결성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구요.

# 성혁씨는 공연 때마다 신시사이저를 사용하고 계세요. 라이브로 FX를 컨트롤 하시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 특별히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성혁: 크랜필드의 경우 외부 소리를 많이 쓰거든요. 결성 초기에 기타, 베이스, 드럼 외의 소리를 낼 때 MTR(Multi Track Recorder)을 활용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2014년도에 경연에 나갈 때 대표곡 <꿈>의 퀄리티를 조금이라도 더 올려보려고 하다보니, 음원처럼 신시사이저를 표현해내는 것이 중요하겠더라구요. 그래서 구매를 했고 EP 제작에도 사용했어요. 평소에도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들고 다니는 것 외에는 힘든 점은 없어요. 저는 공연마다 통기타와 페달을 들어야해서 광수가 키보드를 들어주고 있죠.

광수: 이런 게 팀워크죠.

성혁: 신시사이저를 사용하면서 퍼포먼스의 측면에서도 좋아졌고, 원래는 없던 인트로도 만들 수 있었고, 현재 다양하게 활용 중이에요. 악기를 바꿔가며 사용하는 게 재미있어요. 아직까지는 여러 악기를 사용함으로서 생긴 큰 사고는 없었습니다.

# 밝은 멜로디지만 1집은 다소 어두운 면이 있었어요. 어두운 새벽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많았던 1집에 비해 이번 EP는 한결 밝아졌어요. 밤보다는 낮에 가까워졌는데 전작과의 연결성을 염두에 두고 만드셨나요?

성혁: 둘 다 실험을 해본 것이지만.. 1집 <밤의 악대>는 원래 갖고 있던 것들로 만들었어요. 누가 어떻게 볼지 신경쓰지도 않았고, 일기처럼 나만의 글이라 생각하며 만들다 보니, 좀 우울하지만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죠. 멜로디와 기본 정서는 밝고 달콤하지만 그 이면의 냉소적임과 슬픔을 통해 상반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반면에 EP를 준비할 땐 1집과 같은 분위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작년에 밴드에겐 좋은 일은 많았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어둡고 우울했기 때문에 그 안에 속한 사람으로서 위로를 받고 싶었어요. 힘을 주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고 ‘파랗네’라는 곡을 만들면서 파란색이 주는 맑고 정화되는 느낌을 EP의 컨셉으로 잡게 되었습니다.

# EP에 전체적으로 강렬한 비트와 고조된 분위기의 곡이 많은데, 4번 트랙 ‘표류기’로 강약 조절을 하고 있어요. 그 다음 5번 트랙 ’파랑새’는 거칠지만 후반부에 잔잔한 프레이징으로 구성한 건 의도적이었나요?

성혁: 특별한 의도는 없었어요. ‘파랑새’는 원래 1집 작업하면서 만들었던 노래였고 제목도 달랐어요. 1집과는 어울리지 않아 남겨뒀던 곡이었는데 EP를 만들면서 다른 4곡과 멋스러운 조합이 될 것 같아 새롭게 가사 작업을 해서 수록했어요. 기존 크랜필드 곡과는 달리 기타 사운드가 더욱 강했고 사이키델릭 록과 비슷했었는데, EP 작업에서 원곡보다는 더 밝은 톤으로 편곡했어요. 트랙리스트를 구성하면서 배치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드럼을 쓰지 않은 ‘표류기’ 가 중재 역할을 하도록 그 뒤에 두게 되었고요. 특별히 ‘파랑새'를 마지막 트랙으로 쓰기 위해 곡의 구조를 바꾸지는 않았어요.

수현: 성혁이 작업방식을 보면 본인은 모르는 것 같지만 곡의 배치 등을 본능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의식하지 않고 내재화된 작업을 하다가 나중에 깨닫는달까.

광수: 개사를 한 다음 자신이 개사했다는 사실을 잊기도 하고.

# 크랜필드는 레터링을 직접하기도 하는 등 디자인이 예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음반 제작할 때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광수: 저희가 소비자 입장이더라도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앨범 아트가 음악 감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디자인 전공을 해서 예쁘고 멋진 것에 대한 욕심이 있기도 하지만, 다른 음반들 보면서도 앨범 자켓은 무조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지만 봐도 밴드를 떠올리게 하고 싶었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밴드의 브랜드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혁: 저는 예전에 테이프를 사면 가사집과 앨범 자켓을 보면서 듣곤 했어요. 지금은 자켓이 좋아도 안 좋아도 그만인 분위기지만, 저희가 음악을 듣던 때에는 그림과 음악이 분리되지 않았어요. 디자인이라기보단 음악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전엔 좋은 음악이 나오면 앨범 자켓도 같이 좋았고 또 예술적이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앨범 자켓을 만들 때도 음악을 만드는 기분으로 만들고 있어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박인: 음악만 잘 해야 하는 시기는 끝난 것 같아요. 어느 팀이든 신경 쓰는 부분이고, 만약에 우리가 디자인 할 능력이 없었다면 잘하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을 거예요.

광수: 세상의 수많은 음반을 다 들을 수는 없는데 그 중에서 자켓만 예뻐도 관심이 가니까요.

성혁: 자켓의 이미지와 음악이 비슷하다면 의미가 더 커지겠죠. 어릴 때 아무런 정보 없이 자켓만 보고 음반을 산 기억이 있는데, 그렇게 접한 콜드플레이가 저한테는 음악을 하도록 부추긴 밴드였죠.

# 네 분 다 공통적으로 비틀즈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그 외에 각자 영향을 받았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어떤 팀들이 있을까요?

박인: 너무 많은데.. 줄리아하트, 밤신사 등을 좋아해요. 찰랑거리는 인디 팝을 좋아했는데... 언니네 이발관도 많이 들었고. 외국으로 가면 자니 마의 플레이를 좋아했고 시드 배럿도 좋아했어요. 연주를 잘하기보다는 음악을 잘하는 기타리스트를 좋아했어요. ‘곡을 어떻게 연주해야하는 지를 아는 기타리스트’를 좋아했죠.

광수: 저 같은 경우에는 플레이보다는 음악을 하고 싶단 생각을 하게 한 밴드들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성혁이랑 친해지면서 콜드플레이와 라디오 헤드를 좋아했고, 조이 디비전을 좋아하면서 음악 해보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스트록스도 좋아하는데, 저는 주로 밴드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나 감성에 영향을 받았어요.

수현: 저는 특정 팀의 영향으로 음악을 시작한 건 아니고, 함께 음악을 하다 보니 즐거워서 음악을 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팀은 랄리푸나. 스트록스를 봤을 때 너무 멋있어서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질투를 한 기억이 있어요.

성혁: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고 기타를 치게 한건 히데였어요. X-Japan말고 히데 솔로를 보고 멋있어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기타를 치면서부터 그린데이, Blink 182, sum41 등 네오 펑크를 즐겨 들었어요. 당시에 커버 밴드를 했고 그 경험을 통해 밴드 활동의 재미를 알았어요. 그때는 창작은 안했어요. 창작을 하게 한 계기는 콜드플레이 2집을 듣고나서 였는데,  단순한 연주지만 곡의 깊이가 있다고 느꼈고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이후로 브릿팝을 찾아 들으면서 뮤지션들의 인터뷰를 읽고 그들이 영향 받은 사람을 찾아보다가 비틀즈나 벨벳언더그라운드와 같은 60년대 밴드의 음악을 주로 들었어요. 크랜필드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비틀즈예요.

#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다른 활동이 있나요? 음악을 포함해서.

광수: 음악의 경우 크랜필드에 전념하는 것도 모자라서... 다른 활동은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음악 외적 활동으론 만화 그려보는 것 말고는 크랜필드에 올인!

박인: 밴드는 소리박물관과 크랜필드로 만족하고요. 제비재밍 같이 연주를 하러 많이 다녀보고 싶어요. 음악 외적으로는 따로 없는데... 음.. 피팅 모델? (웃음)

수현: 저도 음악 활동은 크랜필드 외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그냥 밥 먹고 연습실 갔다가, 밥 먹고 합주하고 자고... 그 생활만 했으면 좋겠어요. 어디서 생활비 똑똑 떨어져서.

성혁: 저는 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옛날엔 농사를 짓고 싶었어요. 실제로 식물 기르는 걸 좋아해요. 식물을 가꾸면 그 보람이 엄청 났어요. 서울에서라면.. 여유는 없지만 기타나 드럼을 맡아 로큰롤 밴드를 하나 꾸리고 싶어요. 보컬은 안 하고. 그 외에 디자인도 있고 글도 써보고 싶어요.

# 그럼 크랜필드로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뭐가 있나요?

수현: 외국에 나가보고 싶어요. 페스티벌도 좋고 런던 클럽 투어라던지.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어요.

성혁: 물론 외국 활동에 대한 생각도 있지만 지금은 우선 좋은 곡을 더 갖고 싶어요. 그리고 국내의 가장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 크랜필드의 음악은 한 장르로 규정하기 모호한데, 본인들은 크랜필드의 음악을 어떤 음악이라 생각하는지, 또 본인들의 음악이 어떤 음악으로 남길 바라는지 말씀해주세요.

광수: 장르라는 건 음악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저희 음악을 들으면 ‘크랜필드 음악 같다’고 들렸으면 좋겠어요. 달라졌는데도 ‘크랜필드 같네!’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성혁: 저희가 고심 끝에 말하는 것이 ‘인디 팝’인데, 멜로딕하고 팝스러운 느낌은 잃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러 장르를 섭렵해서 저희만의 스타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고, 팝이라는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 마지막으로 두인디 독자 분들한테 한 마디 해주세요.

성혁: 저도 두인디 독자예요. 인터뷰나 공연정보를 얻기 위해 두인디 웹 사이트를 이용하곤 해요.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는 두인디와 같은 움직임을 좋게 봐요. 인터뷰에서부터 한글과 영문 서비스를 하는 것도 좋고.

수현: 두인디 웹 사이트만 들어가도 정보를 얻을 수가 있잖아요. 인디에 관한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밴드 입장에서도 알려지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혁: 공연, 뮤지션을 한데 다루는 두인디와 같은 플랫폼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크랜필드도 응원해주고요.

수현: 즐겨찾기 해주세요.

광수: 인디가 상대적으로 응집력이 떨어지는데 두인디에 들어가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잖아요. 인디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사용했으면 합니다. 두인디에서 저희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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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자 : 이아림
영어 번역: Patrick Connor
교정 : 임도연
사진: 한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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